서비스기획자 성장일기

2026.11.08 찜질중 개발일기) 미니게임 두 개: 이마로 계란 깨기, 식혜 원샷

yullul 2026. 11. 8. 19:16

01. 찜질방 '밈'을 게임으로

찜질방에는 다들 아는 장면이 있다. 드라마와 예능에서 수없이 본, 양머리를 쓴 채 이마로 계란을 탁 깨는 장면이다. 또 하나는 살얼음 냉식혜를 단숨에 들이켜다가 머리가 뎅 얼어붙는 순간이다.

미니게임은 이 두 장면에서 시작했다. 설명을 안 해도 제목만 보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찜질방 하면 떠올리는 또 다른 장면은 뜨거운 불가마에 들어갔다가 얼마 못 버티고 뛰쳐나오는 모습이다. 들어갈 때는 분명 여유롭게 앉아 있을 생각이었는데, 막상 열기가 올라오면 괜히 옆 사람 눈치를 보면서 조금만 더 버텨 본다. 그러다 결국 "아, 뜨거워!" 하면서 나와서는 곧장 얼음방으로 향하는 거다.

 

이런 소소하고 우스운 순간들도 게임에 담아 보고 싶었다. 예를 들면 불가마에서 버티다가 캐릭터 얼굴이 새빨개지거나, 얼음방에 들어가면 덜덜 떨면서 입김을 내뿜는 식이다. 누군가 이기고 지는 거창한 게임이 아니어도, 옆에서 구경하다가 피식 웃게 되는 장면들이면 충분하다.

 

찜질방에서 별것 아닌 행동들이 괜히 재미있었던 것처럼, 찜질중에서도 아무 의미 없는 장난을 치며 웃을 수 있었으면 했다.

 

02. 두 게임의 규칙

게임하는 법성공 연출

이마로 계란 깨기 움직이는 게이지가 황금 구간에 오면 탭 캐릭터가 자기 이마에 계란을 탁 깬다
식혜 원샷 누르고 있으면 마시고, 머리가 얼기 전에 손을 떼서 쉬기 한 번에 비우면 성공
  • 한 판에 간식 하나를 쓴다. 계란을 먹는 대신 게임에 쓸 수도 있는 셈이다.
  • 보상은 최대 온기 3 ♨다.
  • 한 판은 몇 초면 끝난다.

 

03. 보상을 일부러 작게 잡은 이유

미니게임을 넣으면서 가장 경계한 건 찜질중이 '게임을 열심히 해야 하는 곳'이 되는 것이었다. 2편에서 쓴 것처럼, 쉬려고 켠 게임에서 또 이기려고 애쓰는 걸 피하고 싶었다.

  • 가만히 쉬는 것보다 더 벌지 않게: 미니게임 보상 3은 불가마에 잠깐 앉아 있는 것과 비슷하다.
  • 간식을 써야 할 수 있게: 무한히 반복할 수 없다.
  • 점수판은 없게: 누가 더 잘했는지 비교하지 않는다.

미니게임은 목적이 아니라 찜질방에서 잠깐 피식 웃는 순간이길 바랐다.

 

솔직히 처음에는 미니게임 보상을 조금 더 크게 줄까 고민했다. 기왕 게임을 만들었으니 사람들이 한 번쯤은 해봤으면 좋겠고, 보상이 너무 적으면 굳이 참여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계란도 깨고 식혜도 마시면서 온기까지 넉넉하게 받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보상이 커지는 순간 미니게임의 의미도 달라질 것 같았다. 재미있어서 하는 게 아니라 온기를 모으려고 반복하게 되고, 쉬고 있던 사람도 괜히 게임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으니까. 나부터도 게임에 보상이 걸려 있으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편이라 더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 보상은 일부러 작게 잡았다. 잘하면 기분 좋고, 못해도 딱히 아쉽지 않은 정도. 미니게임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어도 손해 보는 느낌이 없었으면 했다.

 

재미있는 걸 만들어 놓고 사람들이 굳이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조금 이상하지만, 찜질중에서는 그게 맞는 방향인 것 같다. 하고 싶을 때는 놀고, 귀찮으면 그냥 쉬면 되니까.

 

오늘의 고찰

재미 요소를 넣을 때도 서비스의 중심을 흔들면 안 됐다. 찜질중의 미니게임은 이기는 놀이가 아니라 웃기는 밈에 가깝다. 다음 글에서는 혼자 논던 찜질방에 다른 사람이 등장한 순간, 실시간 멀티플레이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 한다.

 

▶ 찜질중 놀러 가기: https://jjimjiljung.yull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