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처음엔 한 장짜리 배경 그림이었다
처음 만든 찜질중은 찜질방을 비스듬히 내려다본 그림 한 장 위에 캐릭터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빨리 만들 수 있었고, 한 화면만 보면 분위기도 꽤 괜찮았다.
그 그림은 지금도 색감과 소품을 정할 때 참고하는 기준으로 남겨 두었다.

02. 방을 옮겨 다니는 순간 생긴 한계
문제는 찜질방이 여러 방을 오가는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불가마에서 소금방으로, 다시 얼음방으로 걸어가는 경험이 핵심인데, 그림 한 장으로는 그게 안 됐다.
- 방이 많아질수록 그림도 늘어난다. 방마다 배경을 새로 그려야 했다.
- 문을 지나는 느낌이 없다. 화면이 톡 바뀌면 이동했다기보다 페이지를 넘긴 느낌이 들었다.
- 캐릭터가 물건 뒤로 갈 수 없다. 평평한 그림 위에서는 테이블 뒤나 문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기 어려웠다.
결국 돌아다니는 경험을 제대로 주려면 공간 자체를 3D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가장 망설여졌던 건 일이 너무 커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었다. 처음에는 귀여운 캐릭터가 찜질방을 돌아다니는 작은 웹사이트 정도를 생각했는데, 3D로 바꾸려니 공간 구조부터 카메라, 조명, 캐릭터 이동, 가구와의 충돌까지 고려해야 할 게 한꺼번에 늘어났다.
무엇보다 기존에 만들어 둔 분위기가 사라질까 봐 걱정됐다. 2.5D 방식은 이동에 한계가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원했던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찜질방의 느낌은 잘 살아 있었다. 괜히 3D로 바꿨다가 공간은 넓어졌는데 오히려 휑하고 투박한 게임이 되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찜질중에서 중요한 건 예쁜 찜질방을 구경하는 것보다 그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머무는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조금 돌아가더라도 제대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예쁜 배경을 보여주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그 안에 정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
03. 3D로 바꾸며 고민한 것: 폰에서도 가볍게
찜질중은 대부분 폰으로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3D는 예쁘지만 무겁다. 로딩이 길거나 폰이 뜨거워지면 쉬러 온 공간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몇 가지 원칙을 정했다.
- 다운로드할 그림 파일을 줄이기: 바닥 나무결, 벽돌, 소금 벽돌 같은 질감은 파일로 받지 않고 화면이 켜질 때 직접 그려 낸다.
- 그림자는 꼭 필요한 곳에만: 실시간 그림자는 캐릭터에만 넣고, 가구 밑에는 미리 그린 부드러운 그림자를 깔았다.
- 안 보일 때는 쉬기: 다른 앱으로 넘어가면 화면 그리기와 소리를 멈춘다.
- 안 될 때도 친절하게: 3D를 지원하지 않는 기기나 로딩 실패 때는 빈 화면 대신 이유와 다시 시도 버튼을 보여준다.
덕분에 설치 없이 링크 하나로 들어와도 방 6개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됐다.
2.5D와 3D를 나란히 놓고 보니 생각보다 차이가 컸다. 2.5D에서는 잘 그려진 찜질방 그림 위를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느낌이었다면, 3D에서는 정말 그 공간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캐릭터가 테이블 뒤로 돌아가기도 하고, 문을 지나 다른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훨씬 자연스러웠다.
물론 처음에는 2.5D 쪽이 더 예뻐 보이기도 했다. 배경 한 장에 분위기를 담아낼 수 있었던 것과 달리, 3D는 공간을 하나하나 채워야 해서 어딘가 비어 보이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직접 돌아다녀 보니 왜 3D로 바꾸고 싶었는지 알 것 같았다.
2.5D가 예쁜 찜질방을 바라보는 경험이었다면, 3D는 그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험이었다. 찜질중에 더 어울리는 건 역시 후자였다.
오늘의 고찰
보기에 예쁜 화면과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은 다르다. 찜질방의 재미는 방과 방 사이를 오가는 데 있었고, 그래서 더 어렵더라도 3D를 택했다. 다음 글에서는 방 6개를 어떻게 배치했는지, 찜질방 동선을 IA처럼 설계한 과정을 정리해 보려 한다.
▶ 찜질중 놀러 가기: https://jjimjiljung.yull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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