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1 찜질중 개발일기) 양머리 2등신 캐릭터 기획
01. 방향: 만지고 싶은 인형
온라인 절의 동자승이 사랑받은 이유는 단순함이었다. 표정이 거의 없는데도 방석에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 귀엽고 웃겼다. 찜질중 캐릭터도 설명이 필요 없는 모습이어야 했다.
정한 방향은 '손으로 누르면 말랑할 것 같은 인형'이었다.
- 2등신 비율: 머리가 몸만 큼 커서, 작은 화면에서도 누가 있는지 한눈에 보인다.
- 점 눈: 표정을 더하지 않고 점 두 개로 두었다. 보는 사람이 자기 기분을 얹을 수 있다.
- 둥글고 짧은 손발: 장갑 같은 손과 짧은 다리로 인형 느낌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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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찜질방이라는 걸 알게 해주는 디테일
캐릭터만 봐도 찜질방이 떠올라야 했다. 그래서 소품은 세 가지만 남겼다.
- 양머리 수건: 굵게 말아 올린 수건 두 롱이 귀처럼 보인다. 찜질방의 상징 그 자체다.
- 찜질복: 반팔 상의와 반바지. 가슴에는 ♨ 모양 작은 마크를 넣었다.
- 색 조합: 처음에는 수건과 옷을 맞춘 세 가지 조합만 두었다.
처음 시안에는 크로스백도 있었지만 빼졌다. 찜질방에 가방을 메고 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03. 움직임으로 살아 있게 만들기
표정이 단순한 대신 작은 움직임을 넣었다.
- 눈 깜빡임: 가만히 있어도 가끔 눈을 깜빡인다. 쉬고 있을 때는 눈을 감는다.
- 오물오물 먹기: 계란을 먹을 때 볼이 볼록해지고, 껍질 조각이 튀고, 다 먹으면 반짝이가 터진다.
- 자세: 서기, 앉기, 베개를 베고 눕기, 손 흔들기. 방에 들어가면 그 방에 어울리는 자세를 알아서 잡는다. 불가마에서는 화로 앞에 앉고, 소금방에서는 눕는다.
여러 사람이 같이 있을 때도 각자 다른 색 옷을 입을 수 있게 만들었다. 다음에는 양머리, 상의, 하의, 어깨 수건 색을 따로 고르고 랜덤으로도 뽑는 '옷장'을 붙일 예정이다.

처음 캐릭터가 화면에서 움직이는 걸 봤을 때는 좀 웃겼다. 머릿속에서는 분명 귀여운 캐릭터가 찜질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막상 처음 나온 결과물은 생각보다 훨씬 투박했다. 결국 못생겼다고 다시 만들어 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캐릭터가 한 발짝씩 움직일 때마다 점점 애착이 생겼다. 평소에는 기획서를 쓰고 화면을 설계하는 게 익숙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그냥 재미있을 것 같아서 상상했던 공간이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고쳐야 할 것도 한참 남았지만, 작은 캐릭터가 찜질방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실감했다.
아, 나 진짜 게임을 만들고 있구나.
오늘의 고찰
캐릭터는 더할수록 좋아지는 게 아니라, 뺄수록 또렷해졌다. 양머리 하나로 찜질방을 말하고, 점 눈 두 개로 보는 사람의 기분을 담는 게 목표였다. 다음 글에서는 이 캐릭터가 돌아다니는 공간을 왜 3D로 바꿨는지 정리해 보려 한다.
▶ 찜질중 놀러 가기: https://jjimjiljung.yull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