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7 찜질중 개발일기) 매점과 온기: 작은 경제 설계
01. 찜질방의 꽃은 매점이다
찜질방을 떠올리면 맥반석 계란과 살얼음 식혜가 빠질 수 없다. 그래서 중앙 휴게실 옆에 매점을 두고, 간식을 '먹는 행동'으로 만들었다.
- 앉아서도 먹는다. 서 있든 앉아 있든 지금 자세 그대로 먹는다.
- 계란은 깬서 먹는다. 점박이 껍질을 톡 깨고, 까고, 세 입에 나눠 먹으면 노른자가 보인다.
- 식혜는 종이컵에 빨대를 꽂아 마신다. 밥알이 떠 있고,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양이 줄어든다.
- 다른 사람도 본다. 내가 계란을 까먹는 모습이 같은 방 사람들에게도 보인다.

02. 하루 한 번의 공짜 간식
간식을 무제한으로 주면 금방 의미가 없어지고, 너무 아끼면 쉬러 온 곳에서 계산을 하게 된다. 그 사이에서 정한 규칙은 이렇다.
규칙내용이유
| 하루 무료 | 계란 1개, 식혜 1잔 (한국 시간 자정에 초기화) | 매일 들르고 싶은 작은 이유 |
| 더 먹고 싶으면 | 온기 5 ♨로 구매 | 쉬어서 모은 걸 쓰는 재미 |
| 온기 쌓기 | 앉거나 누워 있으면 30초마다. 불가마·소금방은 2배 | 쉬는 행동이 곧 보상 |
| 하루 상한 | 60까지 | 오래 붙잡지 않기 |
| 첫 방문 | 온기 10으로 시작 | 처음부터 빈손이지 않게 |
가방이 비었는데 계란 버튼을 누르면 "매점에 가 볼까요?"라고 묻고, 누르면 매점까지 알아서 걸어간다. 도착하면 매점 창이 바로 열린다. '없다'고 말하고 끝내지 않고 다음 행동으로 이어 주는 게 포인트였다.
온기 수치를 정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보상이 너무 쉽게 쌓이지도, 그렇다고 모으려고 애쓰게 만들지도 않는 균형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앉아 있거나 누워 있으면 온기가 쌓이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숫자를 정하려니 생각보다 고민할 게 많았다.
계란 하나에 온기 5개가 적당한지, 하루 최대 60개는 너무 많은 건 아닌지. 괜히 숫자를 잘못 정했다가 사람들이 쉬는 대신 온기를 모으려고 불가마에 하루 종일 캐릭터를 세워 두는 건 아닐까 싶었다. 쉬는 행동에 보상을 주고 싶었던 거지, 쉬는 것마저 숙제로 만들고 싶었던 건 아니니까.
그래서 하루에 모을 수 있는 온기에는 상한을 두고, 매일 계란과 식혜를 하나씩 무료로 받을 수 있게 했다. 온기가 없어도 간식 하나쯤은 먹을 수 있고, 더 먹고 싶다면 잠깐 쉬면서 모은 온기를 쓰면 된다.
숫자로 보상을 설계하면서도, 정작 사람들이 그 숫자에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했다. 찜질중에서는 온기를 얼마나 모았는지보다 얼마나 편하게 쉬었는지가 더 중요하니까.
03. 기기에 저장했더니 생긴 고민
처음에는 간식 가방과 온기를 각자의 폰에만 저장했다. 빨리 만들 수 있었지만 문제가 두 가지 있었다.
- 기기를 바꾸면 처음부터다. 폰에서 모은 온기가 PC에는 없다.
- 마음만 먹으면 숫자를 바꿀 수 있다. 혼자 노는 게임이면 상관없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공간에서는 공평하지 않다.
그래서 다음 단계에서는 가입 없이 자동으로 만들어지는 익명 계정에 온기와 간식을 저장하고, 하루 무료와 상한도 서버에서 확인하도록 바꾸고 있다. 온기가 모자랄 때 중앙 휴게실 TV를 보고 온기를 받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작은 찜질방에 온기라는 재화를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생각보다 고민할 게 많았다. 처음에는 그냥 쉬고 있으면 쌓이고, 간식을 먹을 때 쓰는 귀여운 포인트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누군가는 오래 쉬면서 온기를 모으고, 누군가는 잠깐 들러 계란 하나만 먹고 나갈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오래 접속한 사람이 무조건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가는 구조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찜질중에서는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얼마나 부지런히 모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니까.
내가 생각하는 공평한 보상은 모두에게 똑같은 양을 주는 것보다, 각자의 방식으로 쉬어도 손해 보는 기분이 들지 않게 하는 것이다. 매일 무료 간식을 주고, 온기에 하루 상한을 둔 것도 그런 이유였다.
물론 작은 경제 시스템이라도 악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부정 이용을 방지하겠다고 이용자에게 복잡한 인증이나 불편한 절차를 요구하고 싶지는 않았다. 공평함을 지키기 위한 복잡함은 시스템이 감당하고, 이용자는 그저 편하게 쉬었으면 했다.
게임 속 재화 하나를 설계하면서도 결국 같은 고민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무언가를 더 얻으려고 애쓰지 않고도 이 공간을 즐길 수 있을까.
오늘의 고찰
쉬는 서비스에도 경제는 필요했다. 다만 더 갖게 하는 경제가 아니라, '오늘도 계란 하나 까먹으러 가야지' 정도의 가벼운 이유를 주는 경제여야 했다. 다음 글에서는 간식으로 하는 미니게임 두 개를 소개하려 한다.
▶ 찜질중 놀러 가기: https://jjimjiljung.yull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