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1.06 찜질중 개발일기) 수면실 꿈 모드: 누우면 별이 뜨는 방
01. 누우면 화면이 내 눈이 된다
찜질방 수면실에 누웠을 때의 기분을 떠올려 보면, 어둑한 천장과 여기저기 들리는 숨소리, 묘하게 편안한 공기가 있다. 그걸 캐릭터가 누워 있는 모습만으로는 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수면실 매트에 누우면 카메라가 천천히 캐릭터의 눈 위치로 내려간다. 내려다보던 화면이 올려다보는 화면으로 바뀌고, 천장에는 야광 별 스티커가 반짝인다. 어릴 때 방 천장에 붙여 두던 그 별들이다.
사실 우리 집 천장에도 야광 별이 붙어 있다. 불을 끄고 누우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이 보이는데, 가끔은 그걸 멍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특별히 뭘 하지 않아도 되고, 아무 생각 없이 천장만 바라보고 있어도 괜찮은 시간이다.
그 느낌을 찜질중에도 담고 싶었다. 그래서 수면실에 누우면 천장의 야광 별이 보이도록 만들었고, 30초 이상 가만히 누워 있으면 잔잔한 수면 음악이 흐르면서 배경이 은하수로 바뀌도록 했다. 처음부터 모든 걸 보여주는 대신, 잠시 머무르는 사람만 발견할 수 있는 작은 장치를 넣고 싶었다.
보통 게임에서는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찜질중에서는 오히려 가만히 있어야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는 셈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시간에도 작은 선물이 있었으면 했다.
02. 자장가는 브라우저가 직접 연주한다
누우면 잔잔한 자장가가 시작된다. 음악 파일을 넣는 대신, 브라우저가 그 자리에서 소리를 만들어 연주하게 했다.
- 저작권 걱정이 없다. 남의 음악을 쓰지 않으니 라이선스를 관리할 필요가 없다.
- 기다릴 필요가 없다. 내려받을 파일이 없어서 바로 재생된다.
- 끌 수 있다. 음악 켜기·끄기 버튼이 있고, 선택한 값은 다음에도 기억한다.
브라우저는 보통 사용자가 누르기 전에는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는다. 누우기는 사용자가 직접 누르는 동작이라 그 순간 자연스럽게 음악을 틀 수 있었다.
03. 30초를 기다리면 은하수가 된다
가장 공들인 부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다. 누운 채로 30초 동안 가만히 있으면 방이 서서히 사라지고 천천히 도는 은하수가 펼쳐진다.
- 다른 게임은 무언가를 해야 보상을 주지만, 여기서는 아무것도 안 해야 보상이 온다.
- 깨고 싶으면 '일어나기', '산책', 바닥 탭, 조이스틱 중 아무거나 하면 된다. 다시 방으로 부드럽게 돌아온다.
- 움직임을 줄이는 설정을 쓴 사람에게는 돌지 않는 은하수를 보여 준다.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은하수가 펼쳐졌을 때는 나도 모르게 감탄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찜질방 천장을 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눈앞에 별이 가득한 우주가 펼쳐지니 묘하게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익숙했던 우리 집 천장의 야광 별이 조금 더 커다란 세상이 된 것 같기도 했다.
재미있는 건 이 기능을 테스트하면서 나도 매번 30초씩 가만히 누워 있어야 했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고 기다렸는데,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모르게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보통 게임에서는 30초도 길게 느껴지는데, 여기서는 그 30초가 잠깐 쉬어 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했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서 얻는 보상도 좋지만,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가장 예쁜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오늘의 고찰
보상은 항상 '해낸 것'에 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쉬는 서비스에서는 '멈춰 있던 것'에도 줄 수 있었다. 30초의 기다림은 짧지만, 그 사이에 사람은 조금 느긋해진다. 다음 글에서는 매점과 '온기'로 작은 경제를 설계한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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